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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9-02-07 조회수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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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지하 600m 숨이 막혀도… 희망으로 ‘막장 인생’ 뚫는다
지하 600m 숨이 막혀도… 희망으로 ‘막장 인생’ 뚫는다


전남 화순광업소 체험르포

지하 600m 숨이 막혀도… 희망으로 ‘막장 인생’ 뚫는다 기사의 사진
국민일보 신준섭 기자가 지난달 29일 전남 화순광업소의 탄광에서 무연탄 덩어리를 ‘체인 컨베이어’로 옮기고 있다. 갱도 끝 막장에서 발파작업을 한 뒤 쏟아져내린 무연탄을 쓸어담는 작업이다. 화순=윤성호 기자


지하 600m 숨이 막혀도… 희망으로 ‘막장 인생’ 뚫는다 기사의 사진

사진=윤성호 기자



지하 600m 숨이 막혀도… 희망으로 ‘막장 인생’ 뚫는다 기사의 사진


사람들은 그곳을 ‘막장’이라고 부른다. 탄광의 끄트머리라는 이름만큼 접근이 힘들다. 이제 남은 곳은 거의 없다. ‘기술자’들은 하나둘 떠났다. 수십년 쌓은 광물자원 개발 경험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다. 그렇게 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탄광처럼 지역경제의 미래는 어두워지고 있다.


막장에서 나오는 무연탄은 연탄의 원료다. 수요가 급감하면서 새로운 막장을 뚫는 탄광은 4곳으로 줄었다. 지난달 29일 찾은 전남 화순광업소는 그 가운데 하나다.

“땅이 젖어서 미끄러우니 레일은 밟지 말아야 합니다.” 간략한 안전교육으로 하루가 시작됐다. 영하 4도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얇은 회색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오전 10시가 다 돼서야 땅 밑으로 출발했다. 갱도 입구에서 조금 걷자 경사진 굴, 사갱(斜坑)이 시커먼 속을 드러냈다. 18도 정도 각도로 비스듬히 파인 굴의 바닥에는 작은 열차가 다닐 법한 레일이 깔려 있다. 레일 위에는 최대 5명의 광부가 탈 수 있는 길이 2m 남짓한 ‘인차’가 세워져 있다. 덜커덕, 덜커덕 하염없이 땅속으로 내려가는 길은 마치 블랙홀 같다. 이제는 도착했겠지 싶었는데 조금 걸어 다른 인차로 갈아탄다. 그렇게 35분을 내려가서 막장에 닿았다.

“깊이가 얼마나 되나요.” “수평선 아래로 483m입니다.” 출발지점이 해발 110m이니 지구의 심장으로 600m 가까이 내려온 셈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높이 274m) 두 개를 합친 것보다 더 낮은 곳의 땅을 밟았다. 축축하고 울퉁불퉁한 땅, 칠흑 같은 암흑뿐인 곳, 막장이다. 발파작업을 끝내고 쏟아져내리는 무연탄을 옮기는 그곳에선 ‘숨 쉬기’가 축복이었다. 엄청난 양의 석탄가루가 눈에 보일 정도로 떠다녔다. 순식간에 온몸은 검디검은 무연탄 덩어리로 변했다. 보이는 건 하얀 흰자위뿐이다.

“탄광촌 개는 만원짜리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빈말은 아닙니다. 1986년 교사 월급이 12만원 정도였는데, 광부는 45만원을 벌었죠. 4배 가까이 수입이 많다보니 교사 때려치고 광부로 나선 이들도 있었어요.” 34년을 탄광에 쏟아부은 배호(58) 화순광업소 생산과장이 정수기 물을 건네며 말했다.

탄광의 몰락은 지역경제 추락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탄광 밀집지인 강원도 태백 등에서 주민 시위가 잇따르자 정부는 1997년부터 2016년까지 폐광지역 살리기에 1조3670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카지노나 리조트로는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를 만들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나 스마트팜 등 새로운 시각의 탄광촌 재생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복이 얇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막장 온도는 28~29도 정도라고 한다. 지하수 때문에 습도도 높다. 여기에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하다보면 땀범벅이 될 수밖에 없다. 안내를 맡은 화순광업소 관계자는 “작업자들은 옷을 한두 벌 더 챙겨 온다. 온도차가 많이 나다보니 나갈 때는 갈아입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곡괭이 대신 소형 굴착기가 아래로, 아래로 뚫고 내려갔다. 철제 구조물로 천장을 지탱한 갱도에는 50m마다 형광등이 설치돼 있다. 전기가 들어오다보니 식사를 위한 휴식공간에 냉장고와 정수기도 들여놓을 수 있다. 배호 과장은 “예전에는 안전모 불빛에 의존해 도시락을 먹었지만 지금은 다르죠”라고 했다.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주간조 기준)까지 8시간이다. 주5일, 40시간을 꼭 지킨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일을 해보면 이 시간은 길어도 너무 길다.

한때 광부들이 버는 돈은 지역경제를 살찌웠다. 상황이 바뀐 것은 1989년부터.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로 난방이 대체되는 시기와 맞물려 ‘석탄산업 합리화정책’을 폈다. 돈이 안 되는 광산을 순차적으로 닫았다. 화순광업소만 해도 한때 1600명까지 달했던 광부가 지금은 외주근로자 230명을 합해 320여명으로 줄었다. 이는 지역의 쇠락으로 직결됐다. 탄광 바로 앞에 즐비했던 상점들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탄광의 미래, 탄광촌의 앞날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6일 대한석탄공사에 따르면 2016년까지만 해도 170만t 이상이었던 무연탄 생산량은 지난해 120만5000t까지 급감했다. 정부는 가용 중인 광산 4곳(장성·도계·화순·경동) 중 강원도 태백에 있는 장성광업소 폐광을 검토하고 있다. 생산량 감소는 광부 축소로 이어진다. 돈 버는 이들이 줄면 지역상권 약화, 지역경제 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한다.

지역에서는 정부 차원의 ‘탄광촌 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과거와 달라야 한다. 사회적 비용이 더 드는 카지노, 수요 분석이 없는 리조트 설립 같은 땜질 처방은 ‘상처’를 더 깊게 만들 뿐이다. 대표적으로 태백시는 오투리조트 때문에 3000억원 넘는 빚을 떠안았다.

이에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태백에서 목재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단지, 스마트팜 사업을 융합한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인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한편에선 기술 인력의 사장을 걱정한다. 수십년의 광물자원 개발 노하우가 고스란히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화순광업소 관계자는 “30대 광부들도 있는데, 광산이 사라지면 기술력이 사라진다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화순=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기사원문주소: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60501&code=1115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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